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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두 번째 산 1회차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The Second Mountain)

출처 yes24 검색 이미지

 

 

1. 책과 저자

 

1) 총평

인생의 방향을 크게 고민하고 있는 시기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 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나날을 보낸다. '두번째 산'의 목차를 보면 '산'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 후 직업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종교와 철학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공동체에 대하여 라고 정리되어 있다.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들이 마치 '이 다음 단계는 여기란다 ~' 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와는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다르기에 모든 경우을 내 삶에 대입할 수는 없지만, 독자로 하여금 한 챕터, 한 챕터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2) 저자 소개

한글로 데이비드 브룩스를 검색하면 커리어 위주의 경력만 나오기 때문에 영어로 구글링 해보았다. 위키피디아 상의 프로필에서 David Brooks(1961)의 직업은 Commentator라고 검색된다. 즉, Comment를 남기는 사람이란 의미인데, Comment는 사전(Cambridge Dictionary)에 검색해보니 something that you say or write that shows your opinion 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브룩스는 지금도 뉴욕타임즈에 글(Opinion)을 기고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할 때, 그의 어머니는 19세기 영국역사를 연구(공부)하고 있었으며, 유년시절부터 유대인으로 자라났다.(종교는 종래에는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던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종교와 철학 챕터를 읽을 때 상당부분 경험의 부족으로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북리뷰 담당 에디터로 근무한 경력도 있고 오랜 기자활동을 통해 본인만의 통찰력과 책에 대한 안목등을 길렀을 것이라 생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B4MS1hsWXU 

저자는 TED에서도 수 개의 강연을 진행하였다.(친절히 자막이 등록되어있다)
 

2. 감상

요즘 서점가에 노출된 베스트셀러를 보면, '나도 너처럼 그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 내가 위로해줄게' 라는 식의 에세이들이 많이 보인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안내서' 또는 '인생의 참고서'의 느낌을 주는데, 그 흔하디 흔한 베스트셀러보다 더 많은 위안을 받았다.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세상에 나 혼자만 그런게 아니야 라고 설명하는 위로의 말들은, 어쩌면 당장 내 슬픔과 감정을 달래줄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국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가야 이 우울의 구렁텅이 속에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지는 제시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첫 번째 산'과 '두 번째 산'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금전적 성공, 출세, 자신만을 위한 행복과 성공에 대한 '첫 번째 산'을 오르고 난 인물들은 종래에 본인이 쌓아올린 업적을 바라보며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첫번째 산을 오른 인물들 중 '두 번째 산'을 찾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두 번째 산이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살고, 봉사하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인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오랜 무직 기간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때는 잘 몰랐지만 사회경험을 겪고 나서 접한 봉사활동을 마치 직장에서의 업무처럼 대하게 되었다. 하루 4시간씩 월~토를 봉사나가는 나에게 주변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일당을 받지 않음에도 왜 그렇게까지 하냐', '차라리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봉사활동 왜해? 점수가 필요한거야? 취업을 위한거지?'.

 

하지만 나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이전과 확실히 다른 무언가를 느꼈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감정을 이 책에서 한 단어로 정의해 주어서 참 반갑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작가는 기쁨(joy)과 행복(happiness)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며, 최상의 기쁨에는 '이 것'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도덕적인 기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가장 높은 층의 기쁨이 있는데, 이것을 나는 도덕적인 기쁨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최고 형태의 기쁨인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런 종류의 기쁨은 기쁨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반박하거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회의론자들은 다른 모든 종류의 기쁨은 그저 뇌 속에서 특이한 형태로 일어나서 이상한 감각을 형성하는 어떤 화학 반응일 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도덕적인 기쁨은 다른 종류의 기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기쁨은 영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기쁨에 넘쳐서 살아간다. 그들이 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은 그들의 궁극적인 헌신과 일치한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너무나 감사한 나머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와 자기가 해야할 처신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면의 빛을 가진 사람들이다. (중략) 도덕적 고양의 강력한 순간들은 정신적인 리셋(재설정) 버튼을 눌러서 모든 냉소적인 감정들을 싹 쓸어버리고 그 자리를 희망과 사랑과 도덕적인 영감으로 채우는 것 과 같다. 이런 고양의 순간들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역시 어떤 좋은 일을 하겠다는, 두렵지만 실천하고 희생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느낀다. (중략) 그래서 살아갈 수록 선행을 하는 일이 점점 더 쉬워진다. 하지만 만일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사악한 행동이나 잔인한 행동을 할 때는 인격이 타락하고, 나중에는 훨씬 더 나쁜 행동도 더 쉽게 하게 된다. 범죄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처음부터 살인을 하지 않는다. 수많은 악행의 문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지점까지 다다를 수 있다.
-인생의 두 번째 산을 오른다는 것

도덕적 기쁨을 아주 강렬하게 느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봉사활동을 하며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깊게 타인을 이해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백신을 맞기 위해 노부모를 모시고 오는 광경은 자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잠시라도 멀어지지 않으려는, 마치 내가 너의 옆에 있을게 라고 말하는 듯한 그 행동들과, 장애가 있는 자식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예진실을 향해 진군하는 듯한 사람들을 보면, 나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그들 인생의 고난과 역경이 상상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으로 맺어진, 또는 어떤 다른방식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그 피나는 노력이 느껴져 심금을 울렸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내 존재를 인정받으며 그러한 Scene에 서서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들이, 무력감에 빠져있던 나를 변화하게 한 것 같다.

 

20대 3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에는 가끔,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바라보며 그렇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해 행복해 할 줄 알고 만족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글들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역경을 벗어나는 방법 중에는 최악이라고 생각된다. 항상 삶의 기준을 자신에게 두지 않고, 남이 가진 것을 탐내다가 불행에 빠지고, 남이 가지지 못한 것에 기뻐하면서 그것을 스펙업, 성장이라고 부르는 사회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현상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혼자서만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닫는 것. 겸손(humble)한 태도를 지향하는 것. 우리는 어떻게든 주변과 이어져 있다. 

 

3. 책 속 인용

이 책에는 수 없이 많은 북마크가 붙어있지만 그 중 몇 가지만 골라 초회차 북리뷰에 남기려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고통의 시기에 대한 통상적인 반응은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 상황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치료한다든가 술을 마신다든가 슬픈 음악을 듣는다든가 하는 시도 말이다. 고통의 순간에 놓여 있을 때 해야 할 올바른 일은 고통 속에 똑바로 서는 것이다. 기다려라. 고통이 자기에게 가르치는 내용을 똑똑히 바라보라. 그리고 그 고통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제대로 처리되기만 하면 축소가 아니라 확장으로 인도해 줄 어떤 과제임을 깨달아라.
-Chapter 5 자기 인생에 귀 기울인다는 것.
내가 만난 위버(weaver, 위브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지극히 관계적인 사람들, 관계성이 인격에 녹아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추구하는데, 연대와 결속에 대한 갈망을 충족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점점 더 깊게 발전시킴으로써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략) '관계는 변화의 추동력이다,'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 준 사람을 생각해 보라. 부모이거나 교사이거나 멘토일 것이다. 수치로 환원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어떤 결과를 추구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어떤 변화 체계를 만들려는 사람도 아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인생의 궤적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당신에게 좋은 것을 행하는 사람, 당신을 알아주고 돌봐 주고 믿어 주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                                                                           
-깊이 있는 관계, 두번째 산(David Brooks)
사람들은 의사 결정을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이 일자리를 가져야 할까, 아닐까?' '내가 톰과 절교를 해야 할까, 아닐까?' 같은 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핵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순간에서는 이런 관점 때문에 허무하게 제외되고 마는 많은 좋은 선택지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이것 아니면 저것'을 놓고 고민할 때마다 한 걸음 물러나서 그 두 가지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는 게 좋다고 칩과 댄 히스는 주장한다. 예컨대 어쩌면 톰과 절교를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 태도와 기술을 개선하는 새로운 길을 찾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심장을 깨우고 영혼을 자극하는 일, 직업에 대하여, 두번째 산 (David Brooks)

 

4. 내가 작가라면

이 책은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너무나도 일치했다. 책의 구성 또한, 사견이 아닌 여러 연구자들의 논문과 연구결과를 근간으로 살을 덧붙인 식이었기에, 흠이라곤 잡을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여러 차례 읽으면 다른 의견이 생길지 모르겠다.